의령군, 관제 여론몰이로 의회 겁박 “충격”
추경예산 삭감되자 13개 읍면 동원해
이장단, 사회단체에 의회비난 현수막 요청
“군부독재시대나 있을 법한 일” 비난 자초
의령군(군수 오태완)이 1980년대 군부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관제 여론몰이에 나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의령군은 9일 의령군의회가 올해 추경안 예산을 삭감하자 각 읍면장에게 각 지역 이장단과 사회단체 등에 의회를 비난하는 현수막 게시를 요청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령군은 그러면서 현수막 문구 예시안(사진)까지 보냈다. 일부 면에는 이들 문구와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을 이미 게시해 놓았다. 이 지역 면장은 지역이장단장 등과 함께 의령읍 광고사를 함께 방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연락을 받은 읍면 가운데 어느 면 지역의 이장단은 면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11일 현수막을 게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면 면장은 의령군의 요구를 부담스러워하며 숙고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면에서는 면장의 지시로 직원이 지역단체들에 현수막 게시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됐다.
각 읍면에 이장단과 사회단체를 동원하라는 연락(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전윤갑 기획예산담당관에게 사실여부를 확인을 위해 연락했지만 전화를 끊어버렸고, 문자를 남겼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 일이 군수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앞서 의령군은 당초보다 373억원을 증액한 2024년 제1차 추경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원안통과를 요청했으나 의령군의회는 이 가운데 88억3800만원을 삭감했다. 그러자 오태완 의령군수는 보도자료를 내고 “의령군민을 볼모로 에산삭감행위가 자행됐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했었다.
전직 군의원 A씨는 “강력한 조치가 고작 쌍팔년도식 관제 여론몰이냐?”고 혀를 차면서 “불요불급한 예산이라면 의회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할 일이지, 요구한 예산을 다 주지 않는다고 이장단과 사회단체를 동원해 의회를 겁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저급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의령군 공무원 B씨도 “의령군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 얼굴을 못 들겠다.”면서 “군수에 아첨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그릇된 처사 때문에 왜 매번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까지 단체로 욕을 얻어 먹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군민 C씨는 “의령군이 갈수록 과거로 퇴행하는 것 같다. 이런 식이면 곳간을 지키며 집행부를 견제하라고 군민이 뽑아준 의회를 거수기, 군민을 개, 돼지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