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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호위무사 자처하는 의령군 공무원들

박익성기자 | 입력 2024-04-01 17:22 / 수정 2024-04-01 19:47 댓글0

의령군, 군수사퇴 현수막은 여전히 ‘개인비방’ 

국가인권위 ‘인권침해결정’에도 이전 주장 ‘반복’



의령군이 헌법상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게시불허한 현수막.
▲의령군이 헌법상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게시불허한 현수막.



의령군 공무원들이 국가기관의 결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군수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 게시를 또다시 불허해 군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인사권자인 군수에만 충성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황당한 현수막게시 불허사유 … 근거나 이유 대신 “비슷한 사례” 

지난달 기자는 “창피해서 못살겠다! 의령군수 사퇴하라”는 내용의 현수막 게시를 신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가 의령군이 현수막을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고 결정한 문구와 같은 내용이었다. 인권위 결정을 의령군이 어떻게 이행하는지 군민을 대신해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혹시’ 했지만 결과는 ‘역시’였다. 의령군은 현수막 게시를 불허했다. 의령읍 업무담당자들은 박은정 주무관과 이용길 재무팀장. 그들에게 거부하는 근거와 이유를 물었다. 얼버무리길래 “서면으로 답해달라” 했더니 서면으로 민원을 내면 주겠다고 했다. 황당했다. 현수막게시신청서가 “서면이자 민원이 아니냐” 했더니 서면으로 불허사유를 요청하는 민원을 다시 내라고 했다. 다투기 싫어서 회사공문을 제출하고 거부사유에 대한 답변공문을 받았다.


공문내용을 보고는 더 어이가 없었다. 인권위 결정의 단초가 된 지난해 현수막신청건과 유사한 내용이니 인권위 권고대로 도시재생과에서 조례를 개정하고 광고심의위원회를 재구성한 뒤, 이 위원회의 재심의해서 결과가 나오면 처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현수막 불허에 대한 근거와 이유를 물었는데 “앞의 사례와 유사한 내용이어서 이렇게 처리하겠다”는 절차로 답한 것이다. 그야말로 동문서답이었다.  


전원재 읍장에게 “법규 또는 조례 몇조 몇항에 따라 이러하므로 불허한다”는 식으로 답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할 말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군청 도시재생과에 물었다. 담당은 건축경관팀 김민송 주무관과 정만순 팀장. 의령읍 공문에 표시된 <비슷한 사례>가 무슨 뜻이냐고 따져 물으니 “군수 개인에 대한 비방”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보류하고 유사한 민원에 대한 심의위원회 결정이 나오면 회신할 것이라는 정 팀장의 대답.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물었더니 단언은 못하지만 최소 수 개월 이상 걸릴 거라 전했다. 


취재과정에서 이들의 해명을 접하면서 저절로 나오는 깊은 한숨을 참기 어려웠다. 고개도 갸웃거려졌다. “의령군 공무원의 수준이 정말 이것밖에 안되나?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가?” 의령군 공무원들의 처사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내용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 현수막 게시불허는 “부당” 결정

지난해 8월 한 의령군민은 “창피해서 못살겠다! 의령군수 사퇴하라!”, “군정대신 형사재판! 군수님 그만하소!”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지정게시대에 걸려고 의령읍에 검인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의령읍과 군청 담당부서인 도시재생과에서 강제추행과 무고, 선거법 3가지 형사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의령군수를 비판하는 내용의 이 현수막 문구가 법률과 조례에서 금지하고 있는 “개인에 대한 비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민원인이 반발하자 의령군은 광고심의위원회 서면 심의로 역시 불허결정을 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군민의 손을 들어주었다. 인권위는 의령군의 불허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고 의령군에 시정조치와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직무교육을 주문했다. 인권위가 내린 결정(유권해석)문의 내용은 대략 3가지로 다음과 같다.


첫째, 해당 현수막의 내용은 “군수 개인에 대한 비방이 아니므로” 금지할 수 없다. 둘째, 현수막게시불허 결정을 민원인에게 알려주면서 그 근거와 이유를 명확히 하지 않아 적법절차를 위반했다. 셋째, 광고심의위원회 위원은 공무원 신분인 위원이 총인원의 2분의 1미만이어야 하는데, 의령군은 9명의 위원 중 6명이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서면심사를 했으므로 법령을 위반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위 결정을 토대로 <옥외광고법 시행령> 제32조에 따라 광고심의위를 다시 구성(공무원인 위원 2분의 1미만)해 해당 현수막 내용을 다시 심의할 것(1)과 의령군광고조례 13조를 법령에 부합하게 개정할 것(2)을 권고했다. 


의령군조례 13조는 “관계공무원 위원수는 위원장을 포함해 2분의 1 미만”이라고 되어있지만 상위법인 광고법시행령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하는 것으로 되어있어 이 부분을 고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참고로 인근 함안군 조례 13조는 다른 내용은 의령군과 같으나 의령군과 달리 “부위원장”이 포함되어 있다. 


“개인비방” 아니라는 인권위 해석에 정면도전 … “시간끌기”도

의령군 공무원들 태도와 행정처분은 인권위의 이러한 결정내용을 심각하게 거스른다. 가장 큰 문제는 의령읍과 도시재생과의 판단이 인권위의 주요결정과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군수사퇴 문구가 “군수 개인의 비방이 아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의령군 공무원들은 지난해 군민의 신청에 이어 기자의 신청에 대해서도 “개인비방”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령군공무원들이 군수의 호위무사로 비난받는 가장 큰 이유다. 


민원인에게 현수막게시불허의 근거와 이유를 명확히 알리라는 인권위의 결정내용을 무시한 것은 물론이다.


이와 별도로, 도시재생과는 인권위의 권고사항을 이행한다는 핑계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인권위는 의령군에 광고법시행령에 따라 광고심의위원회를 재구성해 인권위 결정내용을 기준으로 진정민원에 대해 다시 의결하는 것(1)과 의령군조례 13조 개정(2)을 각각 권고했다. 그러나 재생과는 조례 13조를 먼저 개정하고 이 조례에 따라(인권위는 시행령에 따라 할 것을 권고) 위원회 재구성 및 안건재의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위원장’을 포함하면 되는 조문수정을 한 달째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의심을 더하게 했다. 


여기다 인권위가 지난해 군민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재의결하라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제기한 현수막신청 건을 같이 처리하려는 것도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치 않을 수 없게 한다. 지난해 8월 군민의 현수막신청건과 달리 인권위가 현수막 내용이 “개인비방”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후에 같은 내용의 문구를 같은 이유로 광고심의위 의결에 붙이려는 건 억지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게 하는 대목이다. 본지는 문미경 도시재생과장에게 행여 군수로부터 이번 인권위 권고사항 이행과 관련한 지시나 지침을 받았는지 물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처음부터 의도된 ‘입틀막’? … 의령은 군수공화국?

다수의 법조관계자들은 지난해 의령군이 군수사퇴 현수막을 “개인비방”에 해당한다며 게시를 불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관련된 국가인권위의 판단과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고 군수는 공인이지 사적 개인 아니기 때문이었다. 지역실정을 잘 아는 군민들도 공무원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처분”임을 모르지 않지만 군수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이해했다.


의령군 공무원 가운데는 “군수가 왕이나 진배없는 의령군 공무원에게 군수는 너무나 가깝고, 군민은 너무나 먼 그대”라고 자조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인권위가 시정권고를 내리더라도 의령군이 쉽사리 이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고 예상은 적중했다. 


군수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헌법에 규정된 군민의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군정. 군수를 비호하려 군민의 입을 틀어막는다는 의심을 받는 공무원. 이 쯤 되면 의령이 ‘군수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덮어쓰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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